"Deber antes que vida, do it."
화려하지 않은 빛바랜 금발은 칼리의 정글에선 제법 눈에 띄었다. 덕에 남자는 현장 임무가 있는 날이면 일단 모자부터 눌러 쓰고 또 어떤 날은 머리칼 검게 물들이고 나와 주변을 놀라게 했다. 그 역시 한시적이었으니 이제는 얼룩덜룩해진 금발을 곧잘 쓸어넘기고 물들이지 않아도 되는 지위에 오른 탓이다. 저보다 적어도 십여 년은 더 살았을 장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뽀얀 얼굴이 앳되다. 실제로도 그러했지만, 남자의 얼굴은 정말로 어렸다. 매끈한 피부도 남미에 어울리지 않는 창백한 바탕도. 거기에 옅은 푸른빛으로 빛나는 회색 눈동자 옆 쿡 찍힌 눈물점으로 시선이 가면 도톰하니 꾹 다물고 있던 입술이 비틀린다.
얼굴 감상을 여기서 하나? 배짱이 좋군.
너무도 빈번하니 익숙해져 버린 일상에서 그 성정답게 단정한 반소매 셔츠와 얇은 슬랙스 따위 맞춰 입고 밑창 두꺼운 워커를 신는다. 임무가 있다면 그 위로 눈 감고도 10초 만에 갖춰 입을 수 있는 정복. 수도로 들어갈 때의 그나마 어려 보이지 않는 쓰리피스 정장 차림을 마주할 수 있는 사람은 무척 드물었다.
평생을 군인으로 지내 목덜미 언뜻 드러난 군번줄 외엔 언제나 단출한 차림이다. 몸에 그려진 흉터조차 다른 이들에 비해선 무척 적었다. 사실 문제는 내부에 있어 비가 오면 유난히 쑤시는 왼쪽 무릎은 평소에도 그리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유일하게 남자를 꾸미는 향은 지급받은 생필품에 겹쳐 은은한 블랙베리 특유의 잔향만을 남긴다. 가끔은 바꿔볼 만도 할텐데 남자는 묘한 곳에서 고집부리기로 유명했다.
미련없이 담백하고 고집있는
어딘가 유약한 남자
어릴 때부터 길이 정해진 탓에 그 외의 길에 열정을 가져본 적이 없으며 그 길 안에서도 여러 선택과 가감에 익숙해져 어찌 보면 냉정하다 할 만큼 담백한 성정이 되었다. 자신도 학습을 한 결과나 친부모가 남자를 살갑게 대하지 않은 탓도 있다.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 특히 남자가 선 땅에선 단 몇 시간 아니, 몇 분, 몇 초. 도무지 생명을 보장할 수 없었다. 싫어하거나 좋아하거나의 선택적 문제가 아니었다. 특별해질 수 없었다. 그러니 남자는 모든 걸 스치고 흘려보낸다. 미련은 없다. 이것은 운명이다.
그런 남자의 집착은 덕에 모두 업무적인 방향으로 흘러간다. 임무를 위해 대상의 모든 걸 알아야 하며 정론과 반론을 모두 수용하며 경우의 수를 모두 염두에 둔다. 인간은 모두 죽는다던 남자는 우습게도 이 순간 제일 사람의 생사에 집착한다. 그 누구도 죽이고 싶지 않다. 말조차 섞어본 적 없는 불과 몇 초 전에 알게 된 사람을 살리고 싶다. 죽이라 명 받았기에 그 어떤 감정 없이 사람을 죽인다. 임무라는 것은 남자에게 절대적이었으며 실패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절대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남자는 알고 있다.
유난히 더운 칼리의 정글은 그 어느 때도 같은 적이 없었고 남자는 그런 칼리를 알았으나 숫제 겁먹은 양 발끝만 담갔다 빼길 좋아했다. 그것은 임무와 관련되어 있지 않아 문제로 삼지 않으나 이럴 때의 그는 그 외모처럼 어린아이와 다름없었다. 아니면 안 좋은 기억 그대로 떠올라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군사 집안 출신이다. 친조부는 천일 전쟁에서 공을 세웠으며 이후 군 편성에 기여한 장군이었다. 외조부는 현재 국방부 장관으로 있으며 친부는 1960년 좌익 반란군을 성공으로 진압한 뒤 현 명예 경호대장으로 임명되었다.
본인의 능력이 뛰어나긴 했으나 가문의 득을 본 것 또한 맞다. 남자 역시 그 부분을 부정한 적 없으며 오히려 그게 뭐가 문제냐는 투로 대응하기에 불만이 있는 자들의 담화는 끊이지 않곤 했다.
화려한 뒷배경에도 불구하고 그를 기른 건 어머니 혼자였다. 그는 친부의 생존 사실과 엄청난 지원을 군 사관학교의 입학 이후 알게 되었다. 제가 몰래 지원한 군 사관학교의 합격 통지서를 본 어머니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친부는 딱 일주일 후 그를 찾아왔으며 남자는 특유의 무심함을 가장하며 고분고분 친부의 마음에 들었다.
남자의 섹스는 성사된 적도 적고 재미도 없다. 거부하진 않으나 아무래도 먼저 찾게 되진 않았고 차라리 혼자 즐기는 걸 더 좋아하고 있었다. 그래도 가리는 건 없기로 유명하다.
1993-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죽음까지, 메데인의 출범지와 도청 및 체포는 DEA가 큰 공을 세운 것이 맞지만 남자는 메데인과의 협력관계가 있는 정부에서 미진한 반응을 보이라 명 받았기에 이를 이행. 현재의 우선순위는 DEA가 콜롬비아를 누비고 다닐 수단을 없애는 것. 물론 이 과정에서 아귈라의 밀수 루트 및 자본 역시 앗아갈 계획
1991-백색 장례식. 현장 업무를 잠시 쉬는 동안 전략적 업무만 수행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팀 알파와 칼리 카르텔에 잠입하여 백색 장례식을 성공시킴. 이후로 대령으로 승급
1988-오퍼레이션 하케. 연합자위대의 일원으로 신뢰를 쌓는 중 인질극 발발로 잠입수사의 방향을 임의 수정. 공식적으로 잠입수사 성공 및 종결되었으나 이 과정에서 다리 부상을 입고 한동안은 현장업무 역시 중지. 제3사단으로의 이동
1983-메데인 카르텔의 성장으로 이를 견제하기 위해 위장수사격의 소규모 카르텔을 만들어 메데인 카르텔과 거래. 동시에 연합자위대 잠입수사
1980-AFEUR 소속. 콜롬비아 혁명군의 본거지를 잠입수사를 통해 확보한 뒤 섬멸하는 임무를 반복적으로 맡게 되었으며 그 성공률은 평균 94%가량
1978-군 사관학교 수석 졸업
1958-탄생
[군관련 이수 항목]
Counter-Guerrilla Course
Special Forces Course
Special Land Commandos Course
Urban Commando Course
Urban Counter-Guerrilla Course
Psychological Operations Cour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