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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커뮤니티는 DEA(Drug Enforcement Agency)와 유관 기관의 기록, 작전 및 관련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였으나 세부적인 년도와 배경, 지명, 인물명 등은 커뮤니티의 러닝 편의에 맞추어 재구성하였으며 본 커뮤니티의 콘텐츠는 모두 허구입니다. 홈페이지에서 안내되지 않은 세계관 내의 설정이나 과거가 궁금한 부분이 있다면 총괄계에 DM을 통해 문의하실 수 있습니다. 

본 커뮤니티의 스토리 및 이벤트는 무기, 마약, 음주, 폭력 등을 조장하며 이에 관한 트리거를 자극할 수 있는 요소가 있습니다.  

콜롬비아 사람들이 말하길,
신이 이 나라를 지나치게 아름답게 창조해 불공평할 정도였다고.
그래서 우리의 삶을 공평하게 만들기 위해, 이 땅을 악인으로 가득 채우셨다고.


Colombians say, God made our land so beautiful it was unfair to the rest of the world. So to even the score, God populated the land with a race of evil men.

Presidente Cesar Gaviria, from < Narcos > Season 1: There Will Be a Future

Scene #0. November 01, 1992


왕이 죽었다.
 
혹은,
 
그 개새끼를 드디어 잡았다. 


Scene # 1. November 08, 1992, Cali 
 
 
메데인 카르텔의 수장인 파블로 에밀리오 에스코바르 가비리아가 콜롬비아의 어느 주택 지붕 위에서 사살당해 초라한 결말을 맞은 지 1주일이 지났다. 여전히 대문짝만하게 그의 얼굴이 실린 신문을 집어들고 새로운 것 없는 헤드라인을 훑는다. 내용은 뻔했다. 그래, 양키 새끼들아. 너희들이 어디까지 설치나 보자. 범죄인 인도조약이 파기된 지 2년, 공이야 전부 콜롬비아 경찰에게 넘겨 줬다지만 - 신문의 1면에 활짝 웃고 있는 경찰 새끼들은 이름만 내준 게 뭐가 그렇게 좋다고 - 물밑에서 미국놈들이 날뛴 것은 분명했다. 그것이 이 체포에 아주 석연찮은 뒷맛을 남긴다. 거친 손이 마시던 커피잔을 내려놓는다. 이번엔 우리 차례야. 어디 두고 보자고. 


“카발레로 대령, 자신있나?" 
 
 
칼리 육군 본부, 작전 기획서를 막 덮은 제 3사단장의 얼굴엔 화색이 돌았다.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죽음에 막대한 부를 얹어주겠다는 제의를 부패한 사단장이 싫어할리 없었다. 오히려 제발 그렇게 해달라고, 대령의 이름을 달았을 뿐인 애송이를 붙잡고 싶어 기름낀 눈동자 반짝거리며 호탕하게 허가를 외쳤다. 


축축하고도 쿰쿰한 냄새가 나는 콜롬비아에서 구르고 구른 우리다. 그런데도 무너진 메데인의 뒤꽁무니를 쫓아 급속도로 몸을 불리기 시작한 칼리의 움직임은 예측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예측할 수밖에 없는 것이 그 더러운 놈들에게 희생당한 동료와 민간인들을 돌이켜보면 불면에 걸릴 지경이었으니까. 그러기 위해선 무모한 수라도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쏟을 것이다. 우리의 사명을 지키기 위하여.비장한 표정으로 음험하게 빛나는 눈동자를 들어 어둠 속에서 종렬한 지 오래, ‌흔들림없이 군림한 채 날아오르려는 날개 찍어내릴 준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작전 허가 명령은 한 달을 기다려도 떨어지지 않았다. 

 
Scene #2. December 01, 1992, Bogota

"배짱이 좋은 사람인 건 확실해. 그렇게 똑똑한지는 모르겠고."
 
보고타의 미 대사관에서 대령의 작전 보고서를 제 것인양 검토한 후 파일을 덮은 D.E.A 콜롬비아 지국장, 카르멘 발레타가 말한다. 칼리 주둔군인 제 3사단, 그중에서도 흑표부대의 경우 하루가 멀다 하고 칼리의 마피아들과 게릴라전을 벌이는 것으로 이미 유명했으니까. 하지만 똑똑한지는 모르겠다니까. 정말 여기가 누구의 관할인 지 모르고 설치는 거야? 마약과의 전쟁을 좋은 - 그리고 꽤 실한 - 구실로 삼아 콜롬비아의 정세에 이미 깊숙이 관여하는 제 나라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서 이 작전은 가로채야 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해묵은 원한이라는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고. 


너희들이 다 해먹은 줄 알아? 우리가 다 했잖아. 

그 망할 놈의 파블로 에스코바르도 우리가 잡았지. 칼리 카르텔의 꽁무니도 우리가 다 쫓았지. 감청도 우리가 다 했지. 그런데도 늘 현장에 도착해 콜롬비아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받는 대접은 짜디 짰다. 이번엔 표면상의 협조 같은 건 개나 주라지. 우리가 먼저 친다. 흑표부대의 기안을 미 대사관이 검토한 지 며칠 후, 몇 통의 전화와 긴급한 회의, 그리고 예산이 오고간다.
 
미국 측은 DEA 콜롬비아 지국의 '시기적절한' 개입 작전을 '오퍼레이션 레드럼(Operation Redrum)'이라 명명한다. 

Scene #3. ‌January 13, 1993, Cali


‌곧 쏟아지기 시작할 폭우를 예고라도 하듯 그날은 1월 답지 않은 비가 하루종일 내려 댔다. 어두컴컴한 하늘에도 아랑곳않고, 꿋꿋하게 선글라스를 걸친 채 거칠게 지프를 모는 여자의 기분 역시 날씨만큼이나 좋지 않았다. 동업자가 뒤져버린 걸 굳이 안타까워 할 마음은 없었다. 어차피 근 1년 동안 뒤꽁무니 빠지게, 모양 안 나게, 열심히 도망이나 다니느라 메데인 카르텔이 내팽개치다시피 한 미국의 마약 루트들을 먹어치우는 걸로도 충분히 바빴으니까. 

하지만 뜻밖의 후폭풍이 문제였다. 그 새끼들만큼 우리 애들이 만만해 보이나, 여자는 차를 세우고 낡아 보이는 건물 안으로 들어서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낯짝으로 중얼거렸다. 군과 경찰, 의회, 심지어 대통령궁까지. 우리 엘 아귈라의 작은 호의를 받아먹는 사람이 없는 곳은 없는데 말이지. 이 아넬라 비얄로보스의 가호를 받은 칼리의 정글 안에서 말이야. 메데인에서의 기세를 몰아 여기까지 대규모 마피아 소탕 작전이 벌어질 거라는 여러 신호는 차라리 무시하기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두툼한 카펫이 호화롭게 깔려 비 젖은 신발 자국조차 남지 않는, 어이없게 화려한 내부를 가로질러 마른 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담배 한 개비에 불을 붙인다. 이 콜롬비아의 남쪽 구석까지 기어코 오신다는 분들 환영 인사 좀 해야겠어서. 지겹게 익숙한 새끼도 있을 테고, 이번에야말로 지들끼리 쑥덕대면서 조지겠다고 설쳐보는 DEA도 있을 거 아냐. 응, 우리 애기들 모으고, 그래, 그래. 그렇게만 해. 너무 일 키우지 말고. 숨조차 죽이고 그녀의 지시를 기다리던 얼굴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예, 코라손. 시카리오들이 사라진다.


Scene # 4. February 04, 1993, Cali 

DEA 콜롬비아 지국은 보고타의 미 대사관 베이스에서 칼리 작전본부로 이동해 임시 베이스를 구축하고 흑표부대와 만나 엘 아귈라에 대한 공동 소탕 작전을 펼칠 것을 약속한다. 물론, 그 어느 쪽도 믿지 않은 입 발린 말이었다. 



칼리의 정글 곳곳에 칼리 카르텔이 눈물처럼 흘린 마약 제조실이 남아있었다. 여전히 흘러나오는 코카인의 양은 상당했다. 콜롬비아에서 한 해에 수출되는 코카인의 양만 따지면 800톤인데, 여기서 나오는 코카인만 해도 연간 300톤은 넘을 것이라는 게 계산이었다. 누군가에겐 군침 도는 먹이가 아닐 수 없었고, 누군가에겐 훌륭한 미끼였다. 이것만은 사실은 분명했다. 결국 이들은 정글에서 조우하게 되리란 것. 이번에는 찝찝한 승리와 적당한 패배 따윈 없다는 것.

왕이 죽은 정글을 누가 차지할 것인가?